싱가포르 정부가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며, 동남아시아의 다언어·다문화 환경에 최적화된 ‘소버린 AI’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는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지역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입니다.
국가 멀티모달 LLM 프로그램(NMLP) 추진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은 과학기술연구청(A*STAR), AI 싱가포르(AISG)와 함께 ‘국가 멀티모달 LLM 프로그램(NMLP)’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싱가포르 국가연구재단(NRF)이 7천만 싱가포르 달러(약 700억원)를 투자하여 내년까지 2년간 진행됩니다. NMLP는 ‘국가 AI 전략 2.0 및 연구혁신기업(RIE) 2025 계획’과 연계되어 추진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 AI 인재 양성
- 산업 생산성 향상
- 신뢰 가능한 거버넌스 환경 조성
연구자에게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고, 산업계에는 다언어 고객 응대 및 자율적 의사결정 시스템 도입을 유도하며, LLM의 작동 방식과 위험 요소를 규명하여 신뢰 기반의 AI 사용 환경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MERaLiON과 SEA-LION: 동남아시아 특화 LLM
NMLP는 두 가지 핵심 LLM 모델을 중심으로 구동됩니다.
- MERaLiON (머라이언): 과학기술연구청 정보통신연구소가 주도하는 이 모델은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사용되는 언어 및 방언 혼용 대화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텍스트, 음성, 장면 정보를 통합하는 멀티모달 처리 능력을 갖췄으며, 구어체를 이해하여 문맥 인식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주요 기능으로는 음성 인식/번역, 음성 요약, 음성 질의응답, 장면 인식, 감정 및 분위기 파악, 지역 방언 해석 등이 있습니다. 공공 및 민간 부문의 고객 지원, 인사이트 도출, 자동화 의사결정 등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 SEA-LION (시라이언): 싱가포르 정부가 설립한 국가 AI 연구개발(R&D) 추진 기관인 ‘AI 싱가포르’가 개발한 모델로, 태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등 동남아시아 주요 지역 언어 학습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서구권이나 중화권 중심의 모델보다 높은 문맥 적합성과 응답 품질을 제공하여 언어적 대표성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포용적인 AI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시라이언’ 모델은 동남아 전역에서 작동 중이며, 동급 오픈소스 모델보다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업계 협력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
산업계의 참여도 활발합니다. 과학기술연구청은 IMDA와 함께 ‘머라이언 AI 컨소시엄’을 조직했으며, DBS은행, 그랩, 마이크로소프트, SPH미디어, 국가슈퍼컴퓨팅센터(NSCC) 등 13개 기관이 1차 멤버로 합류했습니다. 이들은 다언어 고객 상담, 감정 및 건강 정보 분석, 자율 의사결정 솔루션 등을 공동 개발 중입니다. 컨소시엄은 공통 수요 집약을 통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데이터와 전문성을 공유하여 모델 역량을 빠르게 개선할 방침입니다.
AI 싱가포르는 ‘시라이언’의 기능 확대와 품질 향상을 위해 외부 협력도 개방했습니다. 오픈소스화된 결과물을 토대로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공동 개발 체계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AI 기술의 지역 적합성과 전략적 자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