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요리사가 한 번에 여러 요리를 완벽하게 해내듯이, 구글이 하루 만에 AI 업계의 판도를 바꿀 신기능들을 대거 공개했다.
구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개최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I/O 2025’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혁신적인 기능들을 발표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발표는 제미나이(Gemini) AI 모델의 대폭 업그레이드부터 완전히 새로운 검색 경험까지, AI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미나이 2.5, ‘생각하는 AI’로 진화
구글의 핵심 AI 모델인 제미나이가 한층 더 똑똑해졌다. 가장 주목받는 업데이트는 ‘딥씽크(Deep Think)’ 모드다. 이는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때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는 학생처럼, AI가 답변하기 전에 여러 가설을 검토하는 고도화된 추론 기능이다.
딥씽크 모드를 적용한 제미나이 2.5 프로는 2025년 미국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에서 49.4%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제미나이 2.5 프로의 34.5%보다 크게 향상된 수치다. 복잡한 코딩 작업을 평가하는 라이브코드벤치(LiveCodeBench)에서도 최고 성능을 보였다.
제미나이 2.5 플래시(Flash) 모델도 업그레이드됐다. 속도와 효율성에 특화된 이 모델은 기존보다 20-30% 적은 토큰을 사용하면서도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현재 제미나이 앱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6월 초 개발자와 기업 고객에게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검색의 혁명, AI 모드 도입
구글 검색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 도입된 ‘AI 모드’는 기존의 링크 중심 검색을 넘어 대화형 검색 경험을 제공한다. 마치 전문가와 직접 대화하듯이 복잡한 질문에 상세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AI 모드의 핵심 기술은 ‘쿼리 팬-아웃(query fan-out)’이다. 사용자의 하나의 질문을 여러 하위 질문으로 분해해 수백 개의 검색을 동시에 실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검색하면, 관련 논문부터 뉴스, 통계까지 모든 정보를 종합해 전문가 수준의 보고서를 제공한다.

더 깊이 있는 정보가 필요한 경우 ‘딥 서치(Deep Search)’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수백 건의 쿼리를 동시에 처리해 참고문헌이 포함된 전문가급 분석 보고서를 몇 분 만에 생성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모든 사용자가 AI 모드를 이용할 수 있으며, 검색 결과 페이지 상단의 버튼을 통해 접근 가능하다.
카메라로 검색하는 새로운 경험
‘서치 라이브(Search Live)’ 기능은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대상을 비추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관련 정보를 대화형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고장 난 가전제품을 비추면 수리법을, 여행지 건물을 비추면 역사와 관람 정보를 즉석에서 알려준다.
온라인 쇼핑도 혁신됐다. AI 모드에서 옷을 고르면 자신의 사진을 기반으로 ‘가상 착용’을 체험할 수 있다. 옷감의 질감과 늘어나는 정도까지 세밀하게 구현해 실제 착용감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창작 영역의 새로운 도구들
이미지 생성 AI ‘이마젠 4(Imagen 4)’와 동영상 생성 AI ‘베오 3(Veo 3)’도 크게 발전했다. 이마젠 4는 복잡한 직물 질감이나 동물 털까지 놀라운 정밀도로 재현하며,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 표현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최대 2K 해상도까지 지원한다.
베오 3는 단순한 동영상 생성을 넘어 음성까지 함께 만들어낸다. 배경음, 효과음, 심지어 등장인물의 대사까지 자동으로 생성해 완성도 높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구글은 이들 기술을 통합한 영상 제작 도구 ‘플로우(Flow)’도 공개했다. 간단한 텍스트 설명만으로 영화 수준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종합 창작 플랫폼이다.
프리미엄 AI 서비스 론칭
구글은 고급 사용자를 위한 유료 구독 서비스도 선보였다. ‘AI 프로’와 ‘AI 울트라’ 플랜을 통해 더 많은 기능과 높은 사용량을 제공한다. 특히 월 249.99달러(약 34만원)의 울트라 플랜에서는 베오 3와 딥씽크 모드를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다.

울트라 구독자는 ‘에이전트 모드’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작업을 AI가 대신 처리하는 기능으로, 아파트 찾기부터 투어 예약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
음성 통화의 미래, 구글 빔
과거 ‘프로젝트 스타라인’으로 알려진 3D 영상통화 기술이 ‘구글 빔(Google Beam)’으로 발전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일반 2D 영상통화를 실감나는 3D 경험으로 변환한다. 6대의 카메라와 AI를 통해 상대방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며, 실시간 언어 번역까지 지원한다.
전망과 시사점
이번 I/O 2025는 구글이 AI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협력 파트너’로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정보에서 지능으로의 진화”라고 표현하며, AI가 사용자의 목적 달성을 돕는 진정한 어시스턴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AI 경쟁에서 구글의 입지를 크게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검색과 창작 영역에서의 혁신은 경쟁사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의 AI 기술은 현재 월 4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개발자 수도 7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새로운 기능들이 본격 도입되면 AI 기술의 대중화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