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산업이 애니메이션과 디지털 게임을 중심으로 ASEAN 시장의 새로운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우핀과 이핀’, ‘에이전 알리’ 등 현지 지식재산권(IP)이 글로벌 관객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리며,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문화적 경험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가 만드는 몰입형 문화 경험
말레이시아 디지털경제공사(MDEC)가 주도하는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생태계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게임 개발사들이 단순히 2D 화면을 넘어 캐릭터와 스토리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특히 최근 개봉한 ‘파파 졸라 더 무비’는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에서 6천만 링깃(약 180억 원)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현지 애니메이션이 대중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할리우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관객들은 친숙한 문화적 맥락과 세련된 시각 연출이 결합된 작품을 통해, 마치 캐릭터들과 함께 여정을 떠나는 듯한 정서적 몰입을 경험하고 있다.
글로벌 스튜디오의 ASEAN 진출 거점으로 도약
말레이시아 정부의 전략적 육성 정책과 산업계의 장기적 투자가 맞물리면서, 이 지역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아시아 진출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소니가 일본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투자 거점을 확장한 것은, 기술 인프라와 창작 역량이 조화를 이룬 환경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지 스튜디오들은 인디 게임 개발부터 AAA급 대작 제작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며, 정부 지원금과 육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ASEAN 시장 접근성을 원하는 해외 퍼블리셔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창작자 경제를 지원하는 생태계 구축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말레이시아는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MDEC는 2026~2030년까지의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생태계(DICE) 로드맵을 마무리 중이며, 이 계획은 스튜디오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이 산업은 925억 링깃(약 27조 원)의 매출, 121억 링깃(약 3조 6천억 원)의 수출, 1만 1천 개 이상의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857억 링깃(약 25조 원)의 투자 유치라는 구체적 성과를 기록했다. 정부 지원금과 업계 프로그램이 결합된 수익 모델은 창작자들이 단기적 생존이 아닌 장기적 IP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제
말레이시아의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현지 시장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유통망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AAA급 게임 제작이나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처럼 대규모 자본과 고급 기술 인력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인재 양성과 기술 이전을 위한 장기적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산업계가 추진 중인 DICE 로드맵이 이러한 격차를 좁히고, 말레이시아를 단순한 제작 기지가 아닌 IP 창조와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