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탄소배출권 시장 가이드라인 초안 발표

자발적 탄소시장을 위한 새로운 표준 제시

싱가포르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탄소배출권 활용을 위한 공식 가이드라인 초안을 6월 24일 공개했다. 이번 지침은 파리협정 제6조를 비롯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핵심 원칙을 제시하며,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신뢰성과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MTI), 국가기후변화사무국(NCCS), 엔터프라이즈 싱가포르(EnterpriseSG)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가이드라인은 싱가포르 지속가능금융협회(SSFA)와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되었다. 정부는 7월 20일까지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고품질 배출권의 5가지 핵심 기준

가이드라인은 고품질 배출권과 환경적 무결성(Environmental Integrity)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고품질 배출권의 판단 기준으로는 이중계산 금지, 추가성(additionality) 확보, 배출감축·제거 효과의 정량화 및 검증, 영구성, 타 지역의 배출 증가 방지 등 5가지가 명시되었다.

기업들은 공신력 있는 등록소에서 발급된 배출권만을 사용해야 하며, 이중 청구를 금지하고 이력 추적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특히 배출권이 단순한 상쇄 수단이 아니라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출 감축 우선, 배출권은 보완적 수단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탄소배출권을 활용하기에 앞서 실현 가능한 모든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배출권은 잔여 배출량(residual emissions)에 대해서만 보완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한 자발적 용도로 사용되는 배출권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반영되지 않으며, 국가 간 상쇄에 적용되는 상응 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자발적 시장이 의무 감축 시장(compliance market)과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포트폴리오 관점의 리스크 관리 전략

배출권 사용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기업들은 배출권을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하며, 각 배출권의 품질과 리스크 수준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보험을 활용해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법도 제안되었다.

연차보고서 공시 의무화로 투명성 강화

싱가포르 정부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에 따라 기업들이 탄소배출권 활용 내역과 계획을 연차 보고서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업들은 배출권의 양과 유형, 감축 대상, 제3자 평가 여부, 프로젝트 위치, 사용한 등록소 정보 등을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싱가포르 기업들의 고도화된 ESG 공시 흐름을 반영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84%가 재무 정보와 함께 ESG 정보를 통합하여 연차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를 재무 리스크로 인식하는 기업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탄소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지원

이번 가이드라인은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시장 생태계 조성 전략의 핵심 요소다. 현재 싱가포르는 고품질 배출권 확보를 위해 ‘탄소 프로젝트 개발 지원금(Carbon Project Development Grant)’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탄소세 납부 기업들에게 연간 배출량의 최대 5%까지 파리협정 제6조 요건을 충족하는 배출권으로 상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업계 및 시민사회 의견을 반영한 첫 단계”라며 “신뢰성 높은 탈탄소 전략을 수립하고자 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지침은 올해 하반기 중 확정·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