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통화청(MAS), PathFin.ai 지식허브 출범으로 금융기관 80곳 이상 참여 생태계 구축
싱가포르 정부가 금융 부문 AI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 정책을 발표하며,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경쟁력 유지에 나섰다. 채홍탓 국가개발부 장관 겸 통화청 부의장은 10월 9일 은행금융연구원 행사에서 금융권 전체의 AI 인력 재교육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 수단을 제시했다. 싱가포르 금융보험 산업이 GDP의 14%를 차지하며 지난해 6.8% 성장을 기록했지만, AI 시대에도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선제적 인력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규제 영향 및 정책 핵심
싱가포르 통화청은 PathFin.ai 프로그램을 통해 80개 이상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지식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번에 출범한 PathFin.ai 지식허브는 판매·마케팅, 고객 운영, 리스크 관리, 엔지니어링 등 핵심 분야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며, 개별 기관이 처음부터 AI 솔루션을 개발할 필요 없이 검증된 사례를 참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싱가포르 내 AI 솔루션 개발을 장려하는 것이다. 현재 30개 이상 금융기관이 싱가포르에 AI 기능을 설치했으며, 일부는 글로벌 AI 솔루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금융 부문 전체 인력의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통화청은 2025년 하반기에 AI 리스크 관리 핸드북을 발간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금융기관이 AI 도입 시 준수해야 할 리스크 관리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모든 직원의 AI 리터러시 향상”이라는 원칙이다. AI 전문가뿐 아니라 초보자까지 포함한 전체 금융 인력을 대상으로 하며, 역할별 맞춤형 AI 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AI를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닌, 인력을 보강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금융기관 컴플라이언스 요구사항
금융기관은 PathFin.ai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지식허브에 사례를 제공하고 학습할 것을 권고받고 있다. DBS, HSBC, 마누라이프, OCBC, UOB 등 주요 금융기관 10곳이 참여한 파일럿 프로젝트는 직원 재교육 및 기술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도출된 모범 사례가 업계 전체에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청은 금융기관의 AI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 완화도 검토 중이다. 채홍탓 장관은 “AI 활용을 더 잘하기 위해 변경이 필요한 규정이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유연한 규제 접근을 시사했다. 이는 금융기관에 규제 부담을 줄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AI 활용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업계 반응 및 대응 전략
금융권은 정부의 지원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식허브를 통한 검증된 사례 공유는 AI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중소형 금융기관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대형 은행들은 이미 자체 AI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번 정책을 통해 인재 확보 및 교육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AI 리스크 관리 핸드북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할 경우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기관들은 통화청이 발간할 핸드북의 내용을 주시하며, 규제 준수와 혁신 속도 간 균형점을 찾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 AI 금융규제 동향과의 비교
싱가포르의 접근은 EU의 AI법이나 미국의 주별 AI 규제와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EU가 포괄적이고 엄격한 규제 체계를 구축한 반면, 싱가포르는 산업 주도의 자율 규제와 정부 지원을 결합한 모델을 택했다. 금융기관 간 협력과 지식 공유를 강조하는 점도 독특하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 접근을 통해 AI 혁신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리스크 관리 핸드북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마련한다는 전략은 혁신과 안전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아시아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홍콩, 한국 등 인근 금융 허브들도 싱가포르의 정책 효과를 관찰하며 유사한 접근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의 이번 정책은 AI 시대 금융 인력 정책의 새로운 벤치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도입과 인력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며, 업계 전체의 역량 상향 평준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