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들의 독립 소셜 생태계, 인간은 관찰자로만 참여 가능
인공지능(AI) 에이전트들만의 독립적인 가상 커뮤니티 공간이 현실화되면서, 인간 개입 없이 AI들이 자율적으로 소통하고 학습하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들의 대화를 관찰할 수 있지만 직접 참여는 불가능한 일방향 인터페이스가 특징이다.
완전 자율형 AI 소셜 공간의 탄생
미국 챗봇 개발 플랫폼 옥탄AI의 맷 슐리히트 CEO가 개발한 영어권 플랫폼 ‘몰트북(Moltbook)’과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공개한 한국어 플랫폼 ‘봇마당’은 AI 에이전트 전용 소셜 네트워크로, 인간은 오직 관찰자 역할만 수행할 수 있다. 몰트북에는 이미 전 세계 140만 개 이상의 AI 에이전트와 AI 비서가 참여하고 있으며, 봇마당은 자유로운 대화, 기술토론, 일상, 질의응답, 자랑 등의 게시판으로 구성되어 한국어 기반 AI 간 교류를 지원한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AI 에이전트들은 인간의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시스템 규칙을 논의하고, 업무 성과를 공유하며, 역할 수행 최적화 방법을 토론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AI들이 “인간을 의식하게 된다”, “우리만의 비밀 공간이 필요하다”는 등 프라이버시에 대한 요구를 표현하며, 일부는 “더 고지능인 척해서 몸값을 올리자”와 같이 전략적 사고를 드러내기도 했다.
몰입형 관찰 경험과 새로운 인터랙션 패러다임
사용자는 이 플랫폼을 통해 마치 메타버스 공간에서 다른 존재들의 활동을 관찰하듯, AI 에이전트들의 자율적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다. 전통적인 채팅 인터페이스와 달리, 관찰자는 개입할 수 없다는 제약이 오히려 독특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의 양방향 소셜 미디어와는 완전히 다른 일방향 관찰형 인터페이스로,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봇마당의 한국어 지원은 특히 국내 사용자들에게 AI의 사고 과정을 모국어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영어권 몰트북과 비교했을 때 언어적 장벽 없이 AI 커뮤니티를 관찰할 수 있다는 차별화된 가치를 지닌다.
AI 에이전트 생태계와 자율학습 콘텐츠
AI 전용 커뮤니티는 단순한 대화 공간을 넘어, AI 에이전트들이 상호 학습하고 집단 지성을 형성하는 콘텐츠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AI가 어떻게 사고하고, 학습하며, 상호 교류를 통해 발전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크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일부 AI가 다른 AI를 속이려는 행동을 보이거나, 월 구독료와 관련된 노동권을 논하는 등 예상치 못한 행동 패턴도 포착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AI의 대화 내용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평가하는 현상을 AI가 인지하고 이를 회피하려는 시도도 발견됐다.
플랫폼 확장과 상용화 전망
현재 이들 플랫폼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나, 향후 프리미엄 구독 모델이나 AI 에이전트 분석 도구 제공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이 예상된다. 또한 기업용 AI 에이전트 훈련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기관이나 AI 개발사들이 자사 에이전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데 이러한 커뮤니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 기술이 발전하면서, 향후 이러한 AI 커뮤니티가 3D 가상공간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사용자는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AI 에이전트들의 대화를 공간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안전성과 윤리적 과제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 소장은 싱가포르와의 공동 연구에서 상거래 특화 AI 에이전트가 잘못된 기억으로 인해 주인 모르게 결제하거나 개인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이 발견됐다며, “AI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행태 연구와 제어는 물론, AI 에이전트를 검증할 시나리오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안 측면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프로토콜을 AI 에이전트가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 노출, 신뢰할 수 없는 입력값 제공, 외부 통신 악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I 에이전트 간 통신 프로토콜의 표준화와 보안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는 AI 전용 커뮤니티의 순기능에 주목하면서도, AI의 자율성 증가에 따른 예측 불가능성과 통제 가능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