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의료계가 AI 도입 의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싱가포르조차 병원 현장에서의 AI 확장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 단절이 AI 도입의 최대 장벽
싱가포르 공공병원들이 AI·데이터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직면하는 주요 과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시스템 간 데이터 단절과 품질 문제, 엄격한 데이터 거버넌스 요건, 임상 수요 우선 처리로 인한 병원 내 우선순위 충돌, IT 시스템 통합의 높은 비용 부담, 그리고 AI 도입에 대한 직원 저항과 변화 관리 문제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데이터 단절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장애물로 꼽힌다. 환자 정보는 다양한 기기, 애플리케이션, 저장 환경에 분산되어 있으며, 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환자 기록·약물 알레르기·방문 이력 등의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레거시 시스템, AI의 효과를 제한
레거시 시스템 위에 AI를 얹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AI 출력의 질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인프라의 수준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IT 담당자들이 레거시 환경과 현대 아키텍처를 동시에 이해하는 전문 인력 부족을 변화의 주요 장벽으로 꼽는다. 의료 분야는 소폭의 시스템 변경도 전체 워크플로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타 산업에 비해 디지털 전환에 훨씬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환자 신뢰도도 아직 과제
기술적 장벽만이 문제가 아니다. 싱가포르는 디지털화 수준이 높고 규제 환경도 잘 갖춰져 있지만, AI에 대한 신뢰는 민감한 영역으로 들어갈수록 급격히 낮아진다. 2023년 YouGov 조사에서 AI 기반 정신건강 상담을 이용하겠다고 답한 싱가포르 주민은 14%에 불과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 본격화
싱가포르 보건부(MOH)는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MOH는 5년간 약 2억 싱가포르 달러를 MOH 헬스 이노베이션 펀드에 투입해 공공 의료기관의 AI 혁신을 지원한다. 또한 의료 전반에 AI를 확산시키기 위해 생성형 AI를 활용한 일상 진료 기록 자동화와 영상의학 AI 적용을 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병원 간 익명화된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HEALIX도 구축 중이다.
AI 확장의 실질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은탱퐁 종합병원(NTFGH)에서는 AI 분석 도구를 전자건강기록과 결합한 결과, 전문 외래에서 1차 의료기관으로의 적절한 퇴원 조치가 45%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 사례를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지금 싱가포르 의료 AI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